용신교파의 스파이 셜리──아니, 어쩌면 그녀를 오로라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로라의 점성술은 90%의 명중률을 보인다. 그녀의 점성술은 이토록 정확…… 혹은 그녀가 점성술의 결과가 정확히 일어나도록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속수무책인 존재이다. 그래서 그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다가올 미래를 간절히 알고 싶어 한다. 영특한 기지와 통찰력을 겸비한 오로라, 그녀는 자신의 말솜씨와 아름다운 외모를 이용해 여러 나라를 돌며 귀족들과 세도가들 사이로 파고든다. 그리고는 신비로운 점성술과 암시로 가득한 말들로 그녀가 필요로 하는 각종 정보들을 수집한다.

사람들의 점을 봐주던 그녀 앞에 불현듯 그녀 자신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 사이로 은발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붉은 빛을 내는 또 다른 자신이 그녀를 비웃고 있다…… 셜리가 이 순간을 다시 기억해내었을 때는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