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는 고개를 돌렸다. 어째서 소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

다. 자신과는 너무도 달랐다. 그는 눈물이 어떤 느낌인지조차 잊어버린 지 오래

였다. 어쩌면 그 눈물이 바로 그녀가 순진하다는 증거일지도 몰랐다. 언젠가 소

녀의 눈물이 메마르는 날이 온다면, 이 세상의 잔혹함을 체념하고 받아들이겠지.

그는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음울한 얼굴로 발걸음을 멈췄다.

“흐으……?”

소녀는 레이저와 부딪힐 뻔했다. 레이저가 손을 내뻗자, 소녀는 순간 흠칫 몸을

떨면서, 눈물을 훌쩍이던 눈을 꽉 감았다. 1초 뒤엔 또 다시 내던져져 모래바닥에

처박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커다란 두 손이 자신의 두 뺨을 매만졌다. 소녀는 고개를 천천히 들

어올렸다.

“울지 마라.”

그의 칙칙한 눈동자에 슬픔이 서려 있었다. 그는 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그 큰

손으로 망토를 잡아당겨 천천히 소녀의 눈물을 닦아냈다. 소녀는 곤혹스러운 눈

빛으로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그의 따뜻한 행동을 지켜보았다. 언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언젠가 지금과 비슷한 눈빛을 본 것만 같았다.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그녀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태양을 등지고 선 레이저는 천천히 그녀를 응시했다. 그의 손은 여전히 소녀의

살짝 차가운 얼굴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 손은 무척이나 따뜻했지만, 그는 그 손

처럼 따뜻하게 소녀를 대하길 원치 않았다. 마치 그가 슬픔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차갑게 대꾸하고 있는 것처럼 모순적이었다.

“―상관없어.”

소녀를 곤혹스럽게 했던 것은. 하필이면 그의 목소리가 어딘가 아련하게 들렸

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영원히 인간이라는 생물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