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부화소에 도착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사람들에게 버려져 폐허가 된 잔해에 도착했다. 남아 있는 거라곤 외벽뿐이었고, 내부의 벽과 장식들은 모두 부서져 남은 것이라곤 모래와 먼지뿐이었다. 만약 이곳이 부화소였다고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레이저는 이곳이 예전의 그곳이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이곳에 몇 번을 찾아왔지만 그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았다. 되살아나는 기억들과 함께 펼쳐진 눈앞의 광경들 때문에 그는 숨이 턱 막혀왔다.
도마뱀 여인은 홀가분한 모습으로 망토를 걸치고 레이저를 따라왔다. 이곳은 카지노나 시장과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이 부근엔 근처를 배회하는 거지들이나 도적들도 많았다. 그녀는 걸어오면서 옷이 더러워지지 않았는지 조심스레 돌아봤다. 그리고 레이저와 조금 떨어져서 대문 근처에 멈춰 섰다. 지저분한 장소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허물어진 뒤로 쭉 방치된 상태라, 거지들이 숨어들기 아주 좋은 곳이 됐죠.”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지? 당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군.”
“정말로 듣고 싶어요? 근데 꼭 여기서 말해야 돼요? 저 벌써 떠나고 싶은데.”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레이저는 그녀에게 금화 몇 개를 건네주었다.
“말해봐.”
“좋아요ㅡ. 현지인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말해드리죠. 한때 이 부화소에 한 살인마가 침입한 적이 있대요. 보모들도 모두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알들도 모두 깨부숴버렸다고 하죠. 다행히도 유일하게 한 아이만 살아남았다고 해요. 생각해보세요.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이 부화소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요?”
“하지만……기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그는 고개를 휙 돌렸다.
“기부금으로 얼마간 연명했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얼마나 버틸 수 있었겠어요? 그래서 곧 문을 닫고 말았죠.”
레이저의 마음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도마뱀 여인은 레이저의 표정을 살피면서, 거침없이 계속 말해나갔다.
“살아남은 그 아이는 분명히 다른 부화소로 옮겨갔을 거예요. 하지만 이 일대엔 늘 노예상인들이 가득해요. 어쩌면 그들에게 팔려나갔거나 납치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녀는 손톱을 만지작거리면서, 술기운이 섞인 발그레한 웃음을 띠었다.
“제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카멜레온 씨. 얼굴이 좋지 않은 걸요. 이곳 공기가 답답해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바깥으로 나가죠.”
“노예상인들에게 끌려간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나지?”
도마뱀 여인은 여전히 웃음기를 띤 얼굴이었지만, 눈빛만은 축 가라앉았다.
“누군가를 찾고 싶은 건가요?”
“묻는 것에만 대답해주면 좋겠군.”
“노예상인들은 모든 상품에 번호를 매기죠. 중간에 죽거나 도망친다고 해도 신경쓰지 않아요. 그냥 다른 상품을 찾아서 숫자를 채우면 그만이니까요. 그러니까 누굴 찾을 생각이시라면, 번호만 알고 있으면 될 거예요.”
레이저는 텅 빈 폐허를 바라보며 침묵에 잠겼다.
“카멜레온 씨, 안 갈 거면, 저 혼자 갈 거예요?”
그녀는 방울 소리와 함께 우아하게 몸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에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기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진 마세요. 현지인들이 말하길, 그날의 그 살인마는……인간이었다고 하니까요.”
방울 소리는 문을 넘어 점점 사라져갔다. 그는 도마뱀 여인이 이미 뭔가를 눈치챘든 말든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방 중앙으로 걸어갔다. 이전에는 분명 알을 부화시키는 부화대가 놓여있었을 곳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마치 어젯밤에 벌어진 일처럼 생생했다. 강박적으로 그 일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