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오, 이 아가씨가 그 다이애나란 말입니까?”

“먼저 그녀를 놓아주겠소, 대장?”

“진짜 다이애나인지 확인하는 게 우선입니다.”

‘대장’이라고 불린 남자가 고개를 내저었다.

“왕위계승자가 이런 실력을 갖고 있는 게 정상입니까? 자세히 보십시오, 일프. 함부로 놔줬다간 무척이나 위험합니다.”

“아무리 봐도……본인이 맞는데……그런데 어떻게 아가씨가 여길 직접……”

소녀는 고통을 삼키며 땀을 흘리면서, 재빨리 다이애나가 그를 어떻게 불렀는지 떠올리며 소리쳤다.

“일프 숙부……죄송해요. 전 그저……명령을 따랐을 뿐이에요!”

“그런…….”

일프는 침음을 흘리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는지 한참을 머뭇거리다 겨우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냈다.

“그랬군……이상하다고 생각했지. 후안 가가 갑자기 레이저를 호위병으로 초빙하더니, 그 뒤로 행적이 묘연한 이유가 있었어. 다이애나에게 비밀 훈련을 시키고 있었던 것인가.”

소녀가 고통을 삼키며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소녀를 풀어주었다.

소녀는 그제야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무척이나 평범한 자였다. 단정한 외모에선 살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온화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처럼 보였다. 옷차림으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기 힘들 정도로 간소한 셔츠와 바지만을 입고 있었다.

“자기 딸을 암살자로 훈련시킬 줄이야. 장기말을 무척이나 철저하게 다루는군요.”

남자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네 부모님이 이곳을 조사하라고 한 거요?”

일프는 겨우 냉정을 되찾은 듯, 목소리가 더 이상 떨리지 않았고 평상시처럼 능글맞은 태도로 돌아와 있었다.

“난……잘 몰라요.”

소녀는 긴장한 듯 두 손을 꽉 움켜쥐며 일프의 뒤에 선 남자를 살펴봤다. 조금이라도 도망치려고 움직일 기미를 보인다면 곧바로 소녀를 땅에 처박으려 들 게 뻔했다.

“내 생각에는,”

언제 꺼내간 것인지, 남자는 소녀가 품속에 넣어두었던 편지를 내보였다. 그는 대충 편지 봉투를 뜯어내고 안에 적힌 내용을 슥 읽었다.

“당신이 태양왕국과 결탁했다는 누명을 씌우려고 하던 것 같은데. 재밌군요. 인간들과 주고받은 가짜편지라 할지라도 증거로는 충분할 겁니다. 자칫했다간 진짜로 내통죄로 잡혀갔을지도 몰라요, 일프.”

소녀는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일프의 안색이 변하는 게 보였다. 그의 눈빛에 순간 격한 감정이 일렁였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그건 좋은 뜻이 아니었다.

“농담하듯 말하지 말게. 어쨌든 아가씨도 잡아버렸으니, 이 기회를 이용해야하지 않겠나, 팔런?”

일프가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사악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 당신이 후안 가의 수법에 발끈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팔런이라고 불린 남자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 문제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남자는 중얼거리더니 진지한 얼굴로 소녀를 돌아봤다.

“아가씨가 여기 온 건 레이저도 알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