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후안 가로 돌아온 소녀는 곧바로 잔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 끔찍한 상처는 뭔데, 손 병신.”
다이애나가 날선 목소리로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게…….”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손바닥이 소녀의 사과를 멈췄다.
상처를 보면 아가씨가 분명 길길이 날뛸 거라고 생각한 소녀는 그녀의 방에 깔린 양탄자 위에 무릎을 꿇고 아가씨가 꾸짖으러 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이애나는 밀실로 들어오자마자 소녀의 목을 보곤 창백하게 질렸다. 성큼성큼 다가온 다이애나는 곧바로 따귀를 날렸다.
따귀는 아프지 않았다. 맞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얼얼함도 역시 순식간에 가셨다. 다이애나도 드디어 힘조절하는 법을 배운 듯했다. 손을 휘저은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레이저가 전말을 다 말했으니 변명해도 소용없어. 항구에서 그렇게 난리법석을 피우고 다니다가 일프에게 사로잡히다니, 넌 진짜 머저리니?”
다이애나는 눈썹을 치켜떴다. 바닥을 내리치던 꼬리도 점점 빨라졌다. 당장이라고 고함을 내지르고 싶은 걸 억지로 눌러 삼키고 있는 것 같았다.
“네, 네! 죄송합니다!”
“아니, 머저리는 무슨. 머저리도 너보단 나을 거라고.”
침대 위에 털썩 앉은 다이애나는 소녀를 째릿 노려보았다.
“상처는 어때?”
“의사 말로는 흉터는 남지 않는다고 했……”
“먼저 오해할까봐 그러는데, 난 네가 걱정되서 그런 게 아니야.”
다이애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터져 나오는 분노를 풀 길이 없는지,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소녀의 뺨을 여러 번 툭툭 쳤다.
“함부로 얼굴에 흉터를 내면 난 장갑 말고도 베일까지 쓰고 다녀야 할 판이야. 알았어? 부끄러운 줄 알면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형편없는 녀석, 넌 알에서부터 다시 태어나도 영영 그 모양 그 꼴일 거야!”
“죄송합니다, 아가씨! 제, 제가 다시 알로 되돌아갈 순 없지만, 다음엔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다이애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소녀를 위아래로 쭉 훑어봤다. 어쩐지 소녀를 갖고 노는 걸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 그런 태도를 유지하던 다이애나는 이내 재밌다는 듯 웃으며 소녀를 봐주기로 결정했다.
“내려가 봐. 부모님께서 상처에 대해 물어보시면 내가 그랬다고 대답할 테니까.”
“그, 그래도 될까요, 아가씨?”
다이애나는 다시 코웃음을 쳤다.
“그럼 더 좋은 방법이 있단 말이니?”
“……아니요.”
소녀는 머뭇거리며 눈을 깜빡였다.
그러니까, 레이저와 자신이 신임을 잃지 않도록 다이애나가 나서서 부모님께 힐책을 받는 걸 감수하겠다는 걸까? 소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뭔가 자신이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일부러 일을 망치려 든 것도 아니었잖아. 괜찮아. 이번 일은 레이저가 원흉이었으니까.”
다이애나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소녀는 아가씨가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이저가 분명 아가씨에게 모든 일을 솔직하게 고백한 모양이었다.